《히트맨 2》(2025) 리뷰 –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린 액션 코미디의 진화
전설적인 킬러에서 웹툰 작가로, 다시 현실의 전장으로 끌려나온 남자. 《히트맨 2》는 2020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히트맨: 에이전트 준》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유쾌한 액션과 독창적 설정을 계승하면서도 더 확장된 세계관과 세련된 연출로 돌아왔다.
2025년 1월 개봉 이후, 개봉 1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증명한 이 영화는, 단순한 속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코미디, 액션, 가족 서사, 픽션의 현실화 등 여러 장르를 버무리며 한국형 액션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1. 줄거리 요약 – 웹툰 속 이야기, 현실이 되다
전직 국가 킬러였던 준(권상우 분)은 요즘 인기 하락 위기에 놓인 웹툰 작가다. ‘암살요원 준’ 시즌 2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으며, 댓글엔 ‘무뇌 작가’라는 조롱이 가득하다. 그런 와중에 그의 웹툰과 똑같은 방식의 테러가 실제로 벌어지고, 준은 졸지에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다.
한때 그를 길러낸 국가정보원(NIS), 그리고 테러리스트 조직 양측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준의 삶은 다시 혼란에 빠진다. 가정이 있는 가장이자 웹툰 작가로 살아가던 그는, 이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킬러의 본능을 꺼내들어야만 한다.
2. 설정의 확장 – 현실과 픽션의 교차, 메타 액션
《히트맨 2》의 가장 큰 미덕은 ‘픽션과 현실의 충돌’이라는 독창적 서사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킬러가 웹툰을 그린다는 설정을 넘어, 웹툰 속 이야기가 실제 테러 사건과 연결되며 극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인다.
작품은 장르적 메타성을 기반으로 스토리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고, 작가라는 직업의 상상력이 현실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탐색한다. 픽션이 현실이 되는 순간, 작가의 상상은 무기가 되고, 주인공은 그 책임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3. 인물과 연기 – 권상우의 재발견, 이이경의 코미디 감각
권상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준’ 캐릭터를 능청스럽고 인간적으로 소화해낸다. 액션이 아닌 일상 연기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킬러로서의 무게와 아버지로서의 따뜻함을 균형 있게 표현한다. 그의 성장형 내러티브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이이경은 NIS 요원 ‘철’ 역을 맡아 코믹한 에너지를 영화 전반에 불어넣는다. 능글맞고 철없지만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통해 이이경은 그만의 리듬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황우슬혜(이미나 역), 김성오(장철룡 역) 등 조연들의 활약도 빛났으며, 특히 딸 가영 역의 이지원은 극의 정서를 단단히 잡아주는 인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액션과 연출 – 한국형 ‘블록버스터 코미디’의 가능성
《히트맨 2》는 1편보다 훨씬 세련되고 다이내믹한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지하철, 옥상, 도심 거리 등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카메라워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권상우의 와이어 액션과 근접 격투 장면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전형적인 ‘총격 중심’ 액션보다는 ‘몸을 쓰는 액션’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유쾌한 슬랩스틱 요소와 진지한 전투가 공존하며, 기존 한국 액션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균형 있는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긴다.
또한 웹툰의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연출 기법도 인상적이다. 컷 전환 방식, 극중극 구조, 애니메이션 요소 등 다양한 장르 믹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시청 경험을 확장시킨다.
5. 따뜻한 중심 – 가족이라는 정서적 중심축
아무리 액션과 코미디가 우세한 영화라 해도, 《히트맨 2》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이라는 주제가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준과 딸 가영의 관계는 영화의 감정선을 책임진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가영이 아빠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럼에도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감동을 준다. 이 감정선은 영화의 후반부, 위기의 순간에도 긴장감을 넘어선 울림을 전달하며, ‘아빠가 되어가는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을 진심으로 끌어안게 만든다.
결론 – 픽션을 넘은 상상력, 현실을 건드린 웃음과 울림
《히트맨 2》는 속편의 진화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스케일과 완성도를 높였고, 유쾌한 액션과 가족 중심의 서사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그 속에 우리 시대의 고민과 감정을 은근히 녹여낸다.
웹툰이라는 상상력, 킬러라는 장르적 설정, 가족이라는 현실적 울림. 이 세 요소가 삼각구도로 얽히며 영화는 풍부한 감정과 긴장, 웃음을 선사한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따뜻한 영화’를 찾는 이들에게 《히트맨 2》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